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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토막 지식

PTSD – 트라우마와 장

by 소심쫄보 2024.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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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람들은 살면서 대부분 나름의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자연재해, 인재, 사고, 사건, 사랑하는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죽음 등 사람마다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사건은 다양합니다. 단 한 번 일어난 사건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도 생기고 여러 일이 겹쳐서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누구나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PTSD를 앓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PTSD가 발병하면 오랜 기간 그 증상으로 고생하며 증상이 개선된다 해도 그렇게 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PTSD가 언제나 트라우마를 겪은 직후 발병하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발병하기도 합니다.

 

PTSD의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어떤 사람은 그 상황을 반복적으로 꿈으로 꾸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갑자기 해리 상태에 빠져서 트라우마가 생겼던 당시로 돌아가 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대부분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과도하게 놀라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편도체의 과도한 활성화와 전두엽 및 해마의 활동 부족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영역은 모두 뇌에서 공포반응, 트라우마 처리 및 기억과 관련된 핵심 역할을 맡습니다. 즉 공포감과 기억 회로가 소통한 결과 뇌가 트라우마 사건을 계속 재경험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입니다.

 

트라우마와 장

 

트라우마 상황은 시상 하부 뇌하수체 부신축을 통해 뇌의 투쟁-도피 체계를 작동시킵니다. 보통 뇌의 투쟁-도피 체계가 작동되면 스트레스를 처리할 최선의 방법을 가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PTSD 때문에 트라우마 상황이 계속 반복해서 떠오르게 되면 시상 하부 뇌하수체 부신축의 활동을 방해하게 됩니다. 이 시상 하부 뇌하수체 부신축은 뇌와 장을 연결하는 경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장도 트라우마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든 정신 질환을 통틀어서 PTSD만큼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없습니다. PTSD로 인한 신체적인 문제는 위궤양부터 담낭 질환, 배변 장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여러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PTSD를 앓고 있는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PTSD 환자의 많은 수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것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개선시키면 PTSD도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실험 쥐에게 일반적인 장내 박테리아인 락토바실루스균이나 비티도박테리아를 주입하니 실험 쥐가 훨씬 차분해졌습니다. 즉 장내 박테리아의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 뇌의 화학적 구성도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뇌유래 신경 영양 인자와 N-메틸-D-아스파르트산 수용체의 발현 과정이 개선되는데 이 덕분에 뇌의 성장과 적응력을 좌우하는 수용체가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PTSD와 장내 미생물총(마이크로바이옴)

 

2018년의 연구에서 PTSD 발병 여부와 관계없이 트라우마 상황에 노출된 사람의 장내 박테리아의 종류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PTSD가 발병한 사람은 발병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세 가지의 균이 적게 발견되었습니다. 방선균과 렌티스페레, 미균은 인류의 오랜 친구로 존재해온 균입니다.

 

오랜 친구 가설에 의하면 과거부터 인간은 알레르기나 천식과 같은 염증성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유익균을 키우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고 도시화를 거치며 사람들은 흙이나 동물 등을 접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예전부터 인체에서 공존하던 박테리아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질환이 유행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한 질병 중에는 자폐, 조현병과 같은 발달 장애부터 PTSD와 같은 스트레스 관련 질환까지 포함됩니다.

 

인류의 오랜 친구였던 박테리아가 사라지면 염증도 온몸으로 번져서 뇌의 면역 기능이 저하되고 PTSD에 더욱 취약한 상태가 됩니다. 게다가 PTSD 자체도 뇌에 염증 반응을 유발시켜서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예전보다는 적은 수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랜 친구 박테리아 3종은 뇌의 회복 과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오랜 친구들은 뇌의 염증 반응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장벽을 지키는 역할도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오랜 친구들이 무너지면 장과 뇌 사이 장벽의 효력이 사라지며 장누수 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 결과 우울증, 불안, PTSD 등 개인의 문제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장내 미생물총의 구성과 다양함, 번식양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PTSD를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은 최대한 피하고 유익균을 늘리고 장과 뇌의 염증 반응을 줄여주는 음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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