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살아가면서 불안을 한 번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보통은 불안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불안은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기도 하며,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하는 등의 순기능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안이 지나쳐서 일상생활에 지대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 이를 불안장애라고 합니다. 불안장애에는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 고소공포증, 환공포증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이러한 각종 불안장애의 발병 원인이나 과정은 다 제각각이지만 환자가 걱정과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을 계속 반복하게 함으로써 제대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합니다. 그로 인해 우울증 등의 다른 정신질환까지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불안장애는 종류가 다양한 만큼 가장 흔한 정신질환입니다. 게다가 스트레스로 가득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진료나 진단을 받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 불안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의 수는 훨씬 더 많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불안장애를 진단받게 되면 약물치료와 상담 등의 치료를 받게 되는데 치료가 쉽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재발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때 기분을 초조하게 만드는 음식을 식단에서 제외하고 기분을 가라앉히고 진정시키는 음식으로 식단을 채우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 이야기
여기에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어려서부터 상당히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1995년 무렵 자취하던 중 아팠던 것을 계기로 건강염려증이 생기고 그게 점차 불안장애로 발전해 나갔습니다. 2004년 늦봄 무렵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어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약에 취해서 하루종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너무 불안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앉거나 누운 채로 계속 같은 생각과 걱정만 되풀이했습니다. 최악의 시기를 지나도 어느 정도 좋아지면 다시 나빠지는 식이어서 제 앞날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22년 2월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에 가족에게서 추천받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며칠 먹고 불안장애 증상이 갑자기 개선되었습니다. 그 제품을 처음 먹었을 때 며칠간 설사가 심하고 두통이 계속 돼서 이 제품은 나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갑자기 불안하던 증상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정신과 진료 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세로토닌이 뇌보다 장에서 더 많이 만들어지는데 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먹어서 장에서 세로토닌 합성이 많이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몇 개월 후 다시 불안 증상이 악화되었고 같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며칠 복용했습니다. 이번에도 설사와 두통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불안 증상은 사라졌습니다. 그 후 불안장애가 완치가 되었다고 말해도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불안감이 올라옵니다. 이게 정상적인 범주인 건지 불안장애의 범주인 건지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한동안 약도 아예 끊었다가 지금은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 적은 용량으로 약을 먹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지만 장이 정신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걸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저는 운 좋게 제 불안 증상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만났지만 제가 효과를 본 제품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마다 장의 상태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없습니다. 실제 이전에도 다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먹었었지만 그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후에 다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먹었던 때도 그런 극적인 효과를 경험하지는 않았습니다.
뇌와 장의 관계
이런 개인적 경험은 차치하고 과학적으로 뇌와 장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뇌 영역이 바로 편도체입니다. 편도체는 뇌의 아주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으며 불안감을 느낄 때 엇나가는 뇌의 핵심 영역이기도 합니다. 연구를 통해 체내에 미생물이 일절 존재하지 않는 무균 실험쥐는 보통 쥐보다 편도체가 훨씬 크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편도체가 굉장히 과민한 상태가 되어서 필요 이상으로 오랫동안 작동했습니다. 사람의 경우 편도체가 과도한 흥분상태에 빠지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한 연구에서 무균 실험쥐의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이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쥐의 마이크로바이옴에 한 종류의 박테리아를 주입하자 상황이 개선되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볼 때 마이크로바이옴이 뇌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또한 2018년 범불안장애 환자들과 대조군의 미생물총을 비교한 결과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총은 밀도가 낮고 다양성을 떨어졌으며 유익균은 적고 유해균이 많았습니다.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식이조절 외의 방법, 즉 약물이나 상담 치료로는 환자의 장내 박테리아를 활용한 치료 결과에 미치는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식이요법을 통해서 장내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이 균질하지 않으면 장벽이 약해져서 장누수 증후군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장벽은 장내의 내용물이 혈류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고 외부의 유해물질이 장으로 침범하는 것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장벽이 약해지면 장내의 세균을 비롯한 각종 물질이 새어나가 혈류를 타고 온몸에 퍼질 수 있습니다. 심하면 뇌까지 가기도 하는데 이를 장누수 증후군이라 합니다. 장내에 머물러야 하는 물질이 온몸에 퍼지면 뇌를 비롯한 전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배변장애와 불안
이런 장과 뇌의 관계를 생각하면 배변장애와 불안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어도 놀랍지 않습니다. 불안증 환자의 60% 정도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복통 및 설사 또는 변비와 같은 배변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데 이렇다 할 병인이나 치료법이 없습니다. 또한 불안증이 심할수록 과민성대장증후군도 심해집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게 되면 뇌에 변화가 생깁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뇌에서는 일상적인 과제 처리, 감정 대응, 통증을 관리하는 영역이 다른 사람에 비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뇌의 비정상적인 활동은 공황장애나 범불안장애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합니다.
또한 불안증은 염증성 장 질환 환자에게서도 흔하게 나타납니다. 염증성 장 질환이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같이 장내 구조에 근본적인 손상을 입혀서 배변 장애 등을 일으키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염증성 장 질환 환자 중 최대 40%에 달하는 사람들이 고질적인 불안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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