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언제부터인지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라는 병명은 너무나도 친숙해졌습니다. ADHD라고 하면 주의력이 부족해서 오래 집중할 수 없고 차분히 있지 못해서 수업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거나 아무데나 올라가거나 하는 아동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이런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 ADHD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거나 듣기도 합니다. ADHD에 관한 많은 논쟁과 오해가 있습니다.
ADHD의 특징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입니다. 실제로는 훨씬 다양한 양상을 보여서 어떤 사람은 학습 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불안, 반항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ADHD의 특징이라고 하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은 어린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보다 ADHD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에서는 에너지가 넘쳐서 활동량이 많은 뿐인 남학생들을 교실 책상 앞에 얌전히 앉아있으라고 하면서 아무 문제없는 애들을 환자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초등학교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운동을 하게 하니 집중력이 좋아지고 ADHD 증상도 개선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예를 볼 때 ADHD 환자가 아니고 다른 애들보다 활동량이 많을 뿐인 애가 ADHD라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ADHD라는 병이 없었는데 오늘날에는 점점 흔해져서 25명 중의 한 명꼴로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금도 ADHD라는 병은 없는데 제약회사의 로비에 의해 만들어진 병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ADHD는 보통 어린 시절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증상의 특성 상 발견도 쉽지 않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 성장하면서 좋아지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한편으로는 어릴 적 발현한 사람 중 65%가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계속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 어린 시절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성인이 되어서 증상이 나타나는 성인ADHD도 있습니다.
ADHD는 약물이나 심리치료를 하지만 치료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존의 치료와 식단조절을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ADHD와 장
ADHD를 앓고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뇌 영역 간 소통이 방해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생각하는 뇌라 불리는 전전두피질과 보상 행동을 담당하는 선조체 간의 연결 고리가 헐거워진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뇌의 화학적 구성, 그중에서도 보상 화학물질로 작용하는 도파민과 투쟁-도피 호르몬인 노르아드레날린 수준이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보통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수치를 높여주는 약물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감마 아미노뷰티르산 및 세로토닌 같은 다른 화학물질 역시 다양한 증상에 관여하기 때문에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수치를 높이는 약물만으로 ADHD를 치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ADHD가 뇌의 화학적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다면 장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도파민이나 노르아드레날린 같이 크기가 큰 분자는 혈뇌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기 떄문에 이 물질들이 미치는 영향은 뇌에 국한됩니다. 그러나 이들을 만들어내는 전구물질은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장내 미생물총이 이런 물질의 화학적 전구체를 합성해냅니다. 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은 각각 다른 화학물질을 생성하므로 장내 미생물총에 변화가 생기면 뇌의 화학물질 구성도 변할 수 있습니다. 실제 ADHD환자와 건강한 성인의 장내 미생물총의 차이를 조사한 결과, ADHD 환자는 페닐알라닌이라는 물질을 생성하는 박테리아를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페닐알라닌은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합성에 필요한 요소입니다.
두 집단의 뇌가 보상에 반응하는 양상을 살펴보았을 때, ADHD 환자에게서 뇌의 보상 감소가 확인되었습니다. 즉, ADHD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동기 부여의 영향을 잘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뇌가 보상에 덜 반응할수록 장에 상주하는 페닐알라닌 생성 박테리아가 더 많아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ADHD 환자의 뇌 보상 반응이 부족하기 때문에 장이 페닐알라닌을 생성하는 박테리아를 더 많이 필요로 하리라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ADHD는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뿐만이 아니라 신체적 증상도 동반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연구에서 ADHD를 앓고 있는 아동이 소화기 장애 중에서도 변비와 가스가 차는 증상을 더 많이 겪는다는 점이 알려졌습니다. 이것 역시 ADHD 환자의 위장 장애가 장내 미생물총과 연관이 있따는 점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약물 치료와 함께 장내 미생물총의 회복을 돕는 식이요법을 병행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