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운동의 중요성
소화라는 것은 단순하게 설명한다면 커다란 음식물을 고운 입자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입니다.
소화의 첫 번째 과정은 구강에서 시작됩니다.
치아로 씹는 과정을 통해 음식물을 물리적으로 작게 쪼개고 타액에 함유된 소화효소가 음식물을 화학적으로 쪼갭니다. 이 소화효소는 아밀라아제라고 하며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작운동과 소화효소를 이용해서 물리적, 화학적으로 쪼개진 음식물은 식도를 거쳐 위로 넘어갑니다.
위에서는 위산과 펩신, 트립신 등 단백질을 주 타깃으로 하는 소화효소들이 다음 소화 과정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만약 구강에서 제대로 씹지 않아서 음식물이 충분히 잘게 쪼개지지 않은 상태로 위에 들어가면 소화 과정에 문제가 생깁니다. 각 소화기관마다 하는 역할과 음식물이 머무르는 적정시간이 다릅니다. 음식물은 소화기관을 따라 이동하면서 점점 더 작은 입자가 되어 흡수되어야 하는데 제대로 씹지 않은 음식물이 위에 들어가면 소화를 시키기 위해 적정시간보다 더 오래 위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런 경우 소화효소를 섭취해주면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잘 씹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위에서 소화가 완료된 음식물은 소장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저작운동이 이루어지지 않은 음식물은 덜 소화된 채 소장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결과 소장 내 장내미생물이 과다증식하게 됩니다. 또 장에 분포하고 있는 면역세포들에게 소화가 다 되지 않은 음식물은 침입자로 인식되어 항체를 만드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 결과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기도 하고 장누수 증후군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해도 검사결과는 정상이라고 나오지만 본인은 고통스러운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질환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구강 내에서 음식을 씹는 행위는 이처럼 면역력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장은 제2의 뇌라고 부를 정도로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분포되어 있고 많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일례로 행복호르몬으로 유명한 세로토닌의 경우, 뇌에서 합성되는 것보다 장에서 합성되는 양이 훨씬 많습니다. 이처럼 뇌와 장은 서로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면역력 이외에도 잘 씹어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음식을 씹는다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얼굴의 많은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동작이 대뇌를 자극해서 뇌세포와 신경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잘 씹지 않으면 치매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음식을 씹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춰서 긴장이나 불안감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식사를 빨리 마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 없을 수 있지만 그런 습관이 오래되면 고질적인 위장병이 생길 수 있으니 가급적 여러번 제대로 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한 쪽으로만 씹는 습관은 안면비대칭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양쪽으로 번갈아 씹도록 합니다. 너무 질긴 음식은 턱관절이나 치아 등에 무리를 주고 너무 부드러운 음식은 턱근육이나 관절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니 적당한 강도의 음식을 섭취하도록 합니다. 갑자기 씹는 횟수를 늘리는 게 어려우면 조금씩 늘려나가도록 하고 그렇다고 너무 오래 씹게 되면 턱관절에 무리가 가므로 적절하게 조절하도록 합니다.
위산저하증
보통 병원에 가서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이야기를 하면 위산억제제를 처방합니다. 그러나 위산이 부족해서 소화불량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위산저하증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소화가 안 되고 자주 체합니다. 식후 속이 쓰리고 위에 음식이 걸려있는 느낌입니다. 식사를 할 때 너무 빨리 배가 불러서 식사량이 줄어듭니다. 배에 가스가 많이 찹니다. 약을 먹으면 대변에 약이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산저하증인 경우 건강 상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에서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단백질 덩어리가 소장으로 넘어가서 알레르기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소화가 잘 안 되니 가스가 차고 복압이 올라가서 위산이 역류할 수 있습니다. 역류한 위산으로 인해 식도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길 수 있고 이런 증상으로 인해 위산억제제를 처방받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미네랄 흡수가 잘 되지 않아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영양소 흡수가 잘 되지 않아 빈혈 및 만성피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위산으로 음식물과 같이 들어오는 여러 세균들을 살균해야 하는데 위산이 부족하면 제대로 살균할 수 없어서 인체가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위산저하증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위의 기능이 손상되고 소화효소 분비가 잘 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위산억제제나 소염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에도 위산저하증이 생길 수 있으며 신장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약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산이 저하되고 헬리코박터균은 더욱 증식합니다. 그 외에도 위 수술, 방사선 치료, 과음, 과식, 탄수화물이나 가공식품 위주의 식사, 커피, 흡연 등도 위산저하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산이 저하되었을 때나 과다하게 분비될 때 모두 속쓰림이 나타나지만 증상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할 때 식초 등의 신 음식을 먹고 속이 편해지면 위산 저하, 속쓰림이 심해진다면 위산 과다입니다.
위산 저하는 식후에 속이 쓰리고 위산 과다는 공복에 속이 쓰립니다.
위산과다인 경우에는 위산억제제를 복용하지만 위산저하일 경우에는 식습관을 교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다면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해야 합니다. 위산분비를 촉진하는 약을 이용하거나 소화효소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위산 농도가 옅어지지 않도록 식후 30분~1시간 정도는 물이나 알칼리성 음료 섭취를 자제합니다. 야식과 흡연, 음주를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 식초 등의 신 맛이 나는 음식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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