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적응과 수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의 등장은 시차적응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인류에게 안겨주었습니다. 과거에는 몇 달이나 걸려서 가던 거리를 몇 시간 만에 갈 수도 있게 되었고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이러한 문명의 이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빠른 이동이 가능해졌기에 누리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코비드19와 같은 전염병은 예전이라면 그처럼 짧은 시간 내에 세력을 확장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옮기는 숙주의 행동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전염병도 더 넓은 곳에서 더 빠른 시일 안에 창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차원에서 본다면 시간을 건너뛰거나 거슬러 올라가게 되어 생기는 시차증의 문제가 있습니다. 시차증이란 다른 시간대로 이동함에 따라 생체시계가 흔들리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뜻합니다. 생체시계가 목적지의 시간과 일치하지 않아서 수면, 식사 등의 자연스러운 리듬이 흐트러지게 됩니다. 두 개 이상의 시간대를 통과해서 이동하는 경우 시차증이 생기며 더 많은 시간대를 통과할수록 생체시계와 해당지역의 시간과의 괴리는 더 커집니다.
시차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이동하기 약 일주일 전부터 생체시계를 서서히 바꿔나가기 시작합니다. 목적지의 시간대와 최대한 가까운 시간대에 식사를 하고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조율합니다.
비행기 탑승 직전 생체시계가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시계의 시간대를 목적지 시간대로 바꿉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동 직전이나 이동 중 금식하면 생체시계를 재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음식 섭취 역시 일주기리듬의 타이밍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시차증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짓는 두 가지 요소는 이동 방향과 거리입니다.
시차증은 서쪽으로 이동할 때보다 동쪽으로 이동할 때 심합니다. 목적지의 시간대가 생체시계보다 빠르기 때문에 목적지의 시간대로는 잠을 잘 시간이어도 생체시계는 깨어있는 시간이라고 인식하며 적응하기 더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동하기 일주일 전부터 매일 밤 15~30분 정도 취침 시간을 앞당기도록 합니다.
반면에 서쪽으로 이동하는 경우 생체시계보다 목적지의 시간대가 느립니다. 그러나 취침시간보다 늦게 자는 게 일찍 자는 것보다는 수월하기 때문에 적응이 그나마 쉽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매일 밤 15~30분 정도 취침시간을 늦춥니다.
목적지 시간을 기준으로 아침에 도착한다면 이동 중에는 잠을 자는 게 좋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는 밖에서 산책을 하며 햇빛을 충분히 쬐면 새로운 시간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면에 저녁에 도착한다면 이동 중에는 잠을 자지 않도록 합니다. 목적지 시간 기준 밤 10시까지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굉장히 긴 하루가 되겠지만 빠른 적응에 도움이 됩니다.
그 외에 스마트폰 앱이나 멜라토닌 보충제가 시차증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휴가와 숙면
많은 사람들이 휴가 중일 때 더 쉽게 잠들고 오래 잠을 잔다고 합니다. 이처럼 수면의 질이 좋아지는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햇빛 노출과 스트레스 감소,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 등이 있습니다.
아침 햇살은 수면/기상 주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대개 휴가 중에는 아침 햇살을 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아침 햇살을 충분히 접하면 일주기리듬의 유지 또는 재설정에 도움을 줌으로써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일상생활의 각종 규칙이나 제약, 의무에서 벗어나게 되면 스트레스 수치가 줄어들면서 수면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이 최적의 능률을 보입니다. 덧붙여 멍때리기를 하게 되면 정신적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고 뇌와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휴가지에서 타인과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을 하게 되면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지고 코르티솔 수치는 감소합니다. 타인과의 긍정적 사회적 접촉이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연구로도 밝혀진 바가 있습니다.
또한 주변 환경이 바뀌게 되면 집에서 형성된 나쁜 수면 습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휴가지에서의 수면 패턴을 집에서도 유지해서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휴가 중의 수면 습관을 평소 루틴에 녹이도록 합니다.
우선 여유 시간을 만들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하며 가능한 한 야외로 많이 나갑니다. 특히 아침 햇살을 많이 쐬면 일주기리듬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취침 한두 시간 전부터는 각종 전자기기를 끄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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