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식단이라고 하면 굉장히 범위가 넓습니다.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식단 전부를 말하는 건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중해 연안 국가인 그리스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의 식단의 장점을 취합해서 고안한 지중해식 식단도 서양식 식단에 들어가게 될 터인데 지중해식 식단은 각종 질병 예방 및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 식단이라는 점이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여기에서의 서양식 식단은 보통 패스트푸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을 뜻합니다. 이런 식단에 포함된 주 영양소는 당지수가 높은 탄수화물과 포화 지방, 트랜스 지방, 다중 불포화 지방산 등인데 건강에 해롭거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패스트푸드 식단이 건강에 안 좋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게다가 신체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동물 연구에서 고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이 불안증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2016년의 연구에서 실험쥐에게 고지방 식단을 제공하자 당뇨와 불안에 취약해졌습니다. 2017년에는 포화지방 및 과당 함유량이 많은 식단을 제공받은 쥐가 불안 증세와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반면에 저칼로리 식단을 제공받은 쥐는 불안감이 줄어들고 뇌 혈류량이 증가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고탄수화물 식단이 비만과 불안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이 불안증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기전은 상당히 복잡하며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식단이 뇌의 특정 영역에서 세로토닌 감소를 유발해서 불안증에 걸릴 확률을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불안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단순화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세로토닌의 양이 불안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서양식 식단을 피해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식단이 비만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비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분 및 불안장애를 앓을 확률이 25%나 높다고 합니다. 불안으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는 내장 지방이 축적될 가능성을 높이고 2형 당뇨 및 대사 합병증 발병 확률 또한 높입니다. 비만은 장내 박테리아에 변화를 줘서 불안을 높입니다. 고지방 식사를 하는 사람의 미생물총을 정상 체중의 쥐에게 주입하자 그 쥐는 불안함을 보였다고 합니다.
불안 장애를 앓고 있거나 심한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지방과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살을 빼는 것이 좋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체중 감량을 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지나치게 식사량을 제한하는 경우 혈당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져서 심각한 불안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서 지방이나 탄수화물을 전혀 먹으면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양질의 단일 불포화 지방산과 다중 불포화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하고 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 칼로리를 섭취하되 트랜스 지방이나 포화지방 같은 나쁜 지방과 정제 밀가루, 백미, 설탕과 같은 당지수가 높은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또한 임신 중이라면 식단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임신 중 고지방 식사를 한 경우 태아에게도 생리학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동물 연구에서 어미 쥐가 고지방 식사를 할 경우 새끼 쥐의 불안감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여러 역학 연구에 의해 엄마의 비만과 자녀의 불안증 및 기타 정신 문제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임신 기간 중 모체가 비만 또는 과체중인 경우 이로 인해 염증 수치가 올라가고 궁극적으로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식은 건강한 식사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간을 심심하게 한 나물 반찬이 주가 되는 밥상이라면 건강한 식사일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식은 점점 더 매운 맛이 강해지고 간을 강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외식을 자주 하거나 배달 음식을 많이 먹는 경우 이런 음식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양념 중 하나인 고추장은 맵지만 감칠맛이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고추장에는 쌀가루, 밀가루, 물엿, 설탕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많이 섭취하면 칼로리도 높아지고 당지수도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한식 메뉴인 불고기도 양념에 당류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건강하게 한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간을 약하게 하고 채소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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