렙틴과 그렐린
인체에는 식욕과 관련된 두 가지의 단백질 호르몬이 있습니다. 하나는 렙틴이라는 식욕을 저해하는 호르몬으로 우리 몸의 지방 세포에서 생성됩니다. 시상하부의 포만중추로 신호를 보내 포만감을 느끼게 하므로 포만 호르몬이라고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그렐린이라는 식욕 촉진 호르몬으로 공복 호르몬이라고도 합니다. 그렐린은 공복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분비되며 식욕을 촉진하기 위해 위 또는 췌장에서 분비됩니다. 즉, 식전에 배가 고프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주로 분비되고, 식사 후에 배가 부르면 그렐린의 양은 감소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주로 분비됩니다. 렙틴과 그렐린 두 호르몬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렙틴과 액상과당
음료 등에 많이 들어있는 액상과당이 설탕보다 인체에 더 해롭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GI지수 65인 설탕과 달리 GI지수 25인 과당은 섭취하였을 때, 체내 혈당을 그렇게 많이 올리지 않습니다. 과당의 소화 흡수 대사 과정은 설탕이나 포도당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과당이 혈당치를 올리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과당은 설탕과 달리 유익한 당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인체는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GI지수 하나만으로 그렇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포도당은 체내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인슐린 호르몬이 작동하지만, 과당은 인슐린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흡수되면서 혈당이 오릅니다. 그러면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고, 식욕저해 호르몬인 렙틴도 분비되며 식욕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은 분비 속도가 늦어집니다. 그러나 과당의 경우 포도당과 달리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지 않고 따라서 렙틴 분비를 촉진하지 않으며 그렐린도 식전과 변함이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식욕이 줄어들지 않고 포만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액상과당 역시 과당이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액상과당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과당의 이런 작동기전 때문에 액상과당이 들어있는 음료수 등이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실제 미국에서 액상과당이 탄산음료에 사용된 후, 청소년의 비만율이 10% 정도 올랐다는 역학조사 보고도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 때부터 액상과당을 통한 과당의 섭취량이 많으면 지방간이나 복부지방, 당뇨 유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과당을 많이 섭취하면 지방세포를 빨리 성장시켜서 뱃살을 만들고 혈액의 염증 수치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이 과당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초중고 내에서 탄산음료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렙틴 비만 유전자
체중을 관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장기간에 걸친 식이조절과 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체중을 줄여준다는 약물에 대한 수요는 이전부터 많았습니다. 한편 과학자들은 비만과 유전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1994년 미국에서 식욕을 저해하는 렙틴 비만유전자를 발견하였습니다. 정상적인 쥐는 체중이 늘어나면 식욕을 저해하는 렙틴 호르몬이 분비되지만, 렙틴 유전자가 없는 쥐는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먹게 되어 비만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연구결과에 의거해서 렙틴 호르몬의 양을 조절하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비만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 약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였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렙틴 호르몬은 단백질이기 때문에 장에서 소화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구제로 만들지 못하고 인슐린 단백질처럼 주사제로 혈관에 투여해야 합니다. 게다가 소수의 초비만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효과가 있었던 소수의 초비만 환자는 렙틴 유전자가 손상되어 있었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비만 환자들은 렙틴 유전자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렙틴 호르몬 주사를 맞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혈중 렙틴 수치가 정상치보다 높게 나왔지만 렙틴의 신호가 무시되는 현상, 즉 렙틴 저항성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렙틴 수치는 높지만 뇌가 렙틴의 신호를 받지 못하는 렙틴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추가로 렙틴 호르몬을 주입하는 게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즉 비만 문제는 렙틴 호르몬 부족보다는 렙틴 저항성 문제인 것입니다.
비록 비만 유전자 치료법은 실패하였지만 관련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 있습니다. 렙틴 호르몬의 수용체 단백질이 뇌의 시상하부에 분포하고 있어서 식욕조절은 뇌의 시상하부와 관련이 있습니다. 과당의 지나친 섭취가 렙틴 저항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액상과당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은 쥐가 고지방 사료를 먹은 쥐보다 더 많이 먹고 체중도 더 많이 늘었습니다.
적절하게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서 현재까지 알려진 최선의 방법은 적게 먹고 많이 활동하고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둘을 병행하는 게 최선이지만 만약 이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면 운동보다 소식이 비만 예방과 체중 감량에 더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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