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시계
생체시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수면과 식사와 관계된 생체시계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체시계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합니다. 호르몬 분비, 각종 화학물질 생성, 체온 조절 등 물질대사부터 근육 발달에 이르기까지 여러 신호를 조직과 장기의 세포로 보냅니다. 뇌와 조직, 장기의 일주기리듬이 조화를 이루어야 신체가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주기리듬을 조절하는 복잡한 체계는 내부 신호와 외부 신호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신호를 차이트게버라고 합니다. 여러 요인에 의해 생체시계가 흐트러졌을 때 차이트게버를 활용해서 생체시계를 재설정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차이트게버로 햇빛이 있습니다. 햇빛의 세기에 따라 뇌는 수면과 관련된 호르몬인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증가 또는 감소시킵니다.
식사 역시 차이트게버입니다. 식사를 언제 하고 간식을 언제 먹느냐에 따라 취침과 기상 시간이 변할 수 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음식을 섭취하면 수면을 방해해서 체중 증가, 에너지 부족, 원활하지 않은 물질 대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체온은 수면 기상 주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수면 기상 주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온도 역시 차이트게버입니다.
운동 또한 생체시계를 재설정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아침이나 이른 오후에 운동을 하면 생체시계를 앞당겨서 취침시간이 빨라지고 취침 한 두 시간 전에 운동하면 수면 지연 효과가 있습니다.
생체시계가 무리 없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좋습니다. 취침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아침 햇빛을 쬐고 운동과 식사 역시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게 생체시계가 흐트러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례로 코비드19로 재택근무로 전환이 되었을 때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일주기리듬을 새로 재설정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운동이나 사교활동 등 외부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이 생겨서 평소의 루틴이 깨지고 생체리듬도 흔들려서 수면의 질이 저하된 사람도 많았습니다.
생체시계의 재설정
어떤 이유에서든 생체시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차이트게버를 이용해서 생체시계를 재설정할 수 있지만, 끈기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사람마다 선천적으로 정해진 크로노타입(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을 완전히 어긋나게 재설정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는 별로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쪽으로 약간 치우친 중간형 인간입니다.
생체시계를 재설정하는 경우, 취침과 기상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거나 늦추는 게 최선입니다. 타고난 크로노타입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생체시계를 재설정할 때는 서서히 기상 취침시간을 옮기고 일어나자마자 아침 햇빛을 맞고 식사를 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루틴을 만들어서 지키면 약 1주일 정도면 몸이 어느 정도 적응해서 일주기리듬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교대근무와 일주기리듬
사람은 원래 낮에 일어나있고 밤에는 자게 되어 있습니다. 어두워지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한밤중에도 환하게 세상을 밝힐 수 있게 되면서 밤에도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야근, 야간근무, 교대근무 등 밤에 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일부 저녁형 사람들에게는 밤에 일하는 게 큰 무리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연적인 일주기리듬과는 어긋나게 되고 건강에도 해롭습니다. 실제로 야간근무는 이미 발암물질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교대근무는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번갈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수시로 생체리듬을 바꿔야 합니다.
인체는 아침이면 잠을 깨게 하고 각성하게 하는 코르티솔을 분비합니다. 그러나 야간에 근무를 하고 주간에 수면을 취해야 하는 경우 코르티솔은 숙면을 취하는 것을 방해하게 됩니다. 연구에 의하면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 주간 수면시간이 최대 4시간까지 줄어든다고 합니다.
일주기리듬은 수면만이 아니라 식욕과 물질대사를 조절하는 역할도 합니다. 늦은 밤 고열량 간식을 섭취하게 되면 주간에 비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연구에서도 교대근무자가 비만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일주기리듬이 흐트러지면 피로, 예민함 등의 증상을 겪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만성적인 교대근무 장애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교대근무 장애란 근무 시간 중에는 과도하게 졸리지만 취침을 해야 할 때에는 잠들지 못하는 증상으로 매사에 능률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 근무 시간 중의 각종 사고도 야간 근무 시에 더 증가합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교대근무가 제2형 당뇨, 심혈관계 질환, 뇌졸중 등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 활동 시간대가 달라서 정신적으로는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적인 리듬에 맞게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자는 것이지만, 그게 불가능한 경우 최대한 건강에 해롭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교대근무를 하면 주간근무를 할 때도 있고 야간근무를 할 때도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 날에도 수면을 최우선적으로 챙겨야 합니다.
또 가능하다면 교대근무 시 근무 시간이 점점 앞당겨지는 쪽이 좋습니다. 일주기리듬이 단축되는 것보다 연장되는 쪽이 적응하기에도 쉽고 인체에도 유리합니다.
야간 근무 시에는 휴식 시간에 20분 정도씩 잠깐이라도 자면, 두뇌활동이 보다 활발해 집니다. 쪽잠을 자기 전 마시는 카페인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취침 전에는 카페인 섭취를 자제해야 합니다.
야간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건강한 식단으로 식사를 하되, 근무 패턴과 관계없이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에는 많이 먹지 않도록 합니다. 건강한 간식과 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합니다.
야간근무 전 가볍게 운동하는 것도 좋습니다. 근무 중에도 틈틈이 움직여줍니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할 때 선글라스를 착용해서 햇빛을 차단하면 뇌가 주간 모드로 전환하는 것을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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