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현대 의학의 발전과 함께 이 말이 옳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몸은 건강하지만 선천적으로 정신 장애를 타고나는 경우도 있고 뇌손상 등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정신 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은 별개의 영역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게 됩니다.
정신과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은 보통 뇌에서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뇌가 원인이 아니라 다른 장기의 문제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문제는 뇌 이외의 신체에서 생긴 질병이 원인일 수 있으며, 뇌와 다른 장기들의 관계 역시 서로 관여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장의 경우 뇌와 긴밀하게 쌍방향 연락을 주고받으며 제2의 뇌라고까지 불립니다. 미주신경은 뇌간에서 장까지 이동해서 장과 중추 신경계를 연결합니다. 미주신경은 내장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음식을 소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주신경의 더 중요한 기능은 뇌와 장이 신경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두 기관 사이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체내의 의사소통은 화학물질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체내에서 합성된 화학물질, 외부에서 들어온 화학물질 모두 혈류를 타고 뇌를 비롯한 여러 장기에 도달하게 됩니다. 체내에서 화학물질은 뇌의 주요 신경계에서 내분비계의 도움을 받아 생성됩니다. 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 교감신경 및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진 자율신경계,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부신으로 구성된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이 이에 속합니다.
중추신경계는 도파민, 세로토닌, 아세틸콜린과 같이 기분을 조절하고 사고와 감정을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화학물질을 생성합니다. 세로토닌은 우울감과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부족한 주요 화학물질로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러나 이 세로토닌 수용체의 약 90%는 장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세로토닌 부족에 장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자율신경계는 생존에 필요한 필수 기능을 광범위하게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인간이 조절할 수 없습니다. 장기가 움직이는 것, 음식을 소화하는 것, 체온을 조절하는 것, 호흡하는 것 등 모두 자율신경계가 작용한 결과입니다. 또한 위험을 느꼈을 때 투쟁-도피 반응을 조절합니다. 과거와는 달리 육체적이고 단발적인 스트레스보다는 정신적이고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이 투쟁-도피 반응이 만성적으로 일어남으로써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은 투쟁-도피 반응에서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호르몬을 조절함으로써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 역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핵심 영역입니다. 여기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코르티솔의 분비를 자극합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에 각성 효과를 주며 에너지를 공급하게 하며 스트레스 상황이 지나가면 정상 수준으로 내려갑니다. 역시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계속 코르티솔이 다량 분비되면서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강한 신체에서는 이런 화학물질이 적절한 때 적절한 양만큼 생성되지만, 만약 어떤 화학물질이 과다하게 생성되거나 부족해져서 균형이 깨지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화학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몸과 정신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가 주로 복용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세로토닌 수치를 높임으로써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현대 정신 의학에서 사용하는 각종 약물은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으며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 역시 뇌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때로는 고가의 약물보다도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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