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약화시키는 음식 – 서양식 식단

기억은 몇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절차 기억(Procedural Memory) 덕분에 피아노를 치고 자전거를 타는 등의 각종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관계 기억(Relational Memory)은 새로 알게 된 사람의 이름, 세상에 대한 각종 지식 등 사실과 사건을 기억합니다.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은 단기 기억으로 전화번호나 초행길을 잠깐 기억하는 등 단기간 기억해야 할 때 사용됩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기억 체계에 음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서양식 식단

(*모든 서양식 식단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지중해식 식단은 건강에 좋은 식단으로 유명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서양식 식단이란 흔히 생각하는 미국식 식단으로 시리얼, 햄버거, 탄산음료, 감자튀김 등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식단을 뜻합니다.)

 

고지방 고당지수 식품은 학습과 기억에 필요한 뇌 회로를 변형시킵니다. 특히 해마와 전전두피질에 위치한 뉴련이 영향을 받습니다. 해마는 뇌 영역 중에서도 관계 기억 형성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영역입니다. 암기를 하면 할수록 실제 해마의 크기는 커집니다. 복잡한 도로를 다 외어야 하는 런던의 택시 기사들의 해마 크기가 보통 사람보다 더 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방과 설탕 함량이 높은 식사는 해마를 손상시켜서 크기를 줄임으로써 기억력을 손상시킵니다. 게다가 해마는 식사량을 조절하는 역할도 맡고 있기 때문에 해마가 손상을 입으면 식사 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과식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 외에도 고지방 고당지수 식단은 해마가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물질들의 발현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뇌유래 신경 영양 인자 등의 핵심 성장 요소를 비롯한 호르몬들이 이런 영향을 받습니다.

 

또 인슐린 신호 체계 및 체내 조직의 인슐린 민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인슐린이 해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다양한 연구가 인슐린이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 수컷 실험쥐가 포화 지방을 다량 섭취한 경과 해마 내부의 인슐린 신호 체계에 교란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해마의 기능 및 이에 상응하는 관계 기억 능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포화 지방이 높고 정제당이 많이 함유된 식단은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서 뇌세포에 손상을 입히고 해마 내부 세포 간 의사소통 효과를 떨어트렸습니다, 이는 수컷 쥐에게 해당 식단을 제공하여 얻은 결론입니다.

 

나쁜 식습관은 해마와 관계 기억 외의 부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2019년의 연구에 의하면 나쁜 식습관으로 생긴 비만은 인지적 통제력 및 전전두피질 기능과 작업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서양식 식단은 이처럼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혈뇌 장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혈뇌 장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유독성 물질이 뇌에 침범할 수 있습니다.

 

포화 지방 등의 일부 영양소는 뇌의 염증 반응을 악화시킬 수 있는데 이는 노화로 인한 인지 능력 감소 및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과 관계가 있습니다. 염증은 도파민이나 글루탐산염 등에 의존해 기억 형성을 돕는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의 이동 경로를 방해합니다. 그 결과 신경세포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신호 정보의 이동속도 역시 느려집니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고지방 식사가 미치는 영향이 연령대 별로 다르다고 합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고지방 식이를 섭취한 유년기 실험쥐의 기억력과 뇌 성장이 감소한 반면 성체 실험쥐에게서는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간 대상 연구에서는 고지방 식사가 성인의 기억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유아 및 청소년기의 발달 중인 뇌는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식단에는 더욱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고지방 식사로 인한 뇌손상은 회복이 가능한 듯합니다. 유년기 실험쥐의 식단을 고지방 고당분 식사에서 균형 잡힌 식사로 바꾸었더니 쥐의 뇌에서 일어났던 변화가 원상복구되었습니다. 또 2019년에는 17개의 연구를 통해 꾸준히 운동한 설치류가 고지방 식이로 인한 기억력 손상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결과로 볼 때 나쁜 지방과 나쁜 탄수화물, 설탕을 끊고 건강한 자연식품을 섭취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한다면 뇌 손상을 복구하고 뇌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